본문 바로가기
경제/개인 글

소비세의 재정정책적 활용

by SE0UL 2021. 11. 28.

코로나 19는 비상시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통화정책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통적 재정정책은 국가부채 급등 그리고 통화정책은 제로금리와 금융불균형이라는 한계를 보였고,

이에 현재 다양한 비전통적 재정·통화정책이 모색되고 있는데요.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 예고를 비전통적 재정정책 수단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동 주장의 논리와 소비세 인상 사례, 그리고 관련된 한국의 실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소비세 관련 최빈단어목록 // Copyright: radiantskies

 

소비세 인상 예고는 실질이자율을 낮춰 단기적으로 소비 및 투자를 진작합니다

 

내년부터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인상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내년에 에어컨을 살까 고민하고 있었다면 올해 안으로 꼭 구매하겠죠? 부가세 인상으로 에어컨 가격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즉, 제품 및 서비스의 가격 인상이 전망되므로 소비를 앞당겨 실행할 것입니다.

 

이 메커니즘이 소비세 인상 예고를 비전통적 재정정책 수단으로서 활용하자는 주장의 논리입니다.

소비세는 모든 소비에 정률적으로 붙는 세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부가세에 해당하는 개념입니다.

정부가 소비세 인상을 예고하게 되면 국민들은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게 되고,

이에 계획하고 있던 소비 및 투자를 앞당겨 수행하게 되죠.

경기 부양이라는 재정정책의 목적과 일치합니다.

 

조금 더 경제학적으로 동 매커니즘을 표현하자면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에 따른 실질이자율 감소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i = r + \pi^e$$

위의 식처럼 명목이자율은 기대인플레이션과 실질이자율의 합과 같습니다.

소비세 인상 예고로 물가 상승이 전망되므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상승하게 됩니다.

중앙은행이 명목이자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증가한다면 그 증가분만큼 실질이자율은 감소하게 됩니다.

실질이자율 감소는 소비 및 투자의 기회비용을 낮춰 이를 증진시킵니다.

 

그러나 물론 제품 및 서비스의 가격이 증가하는 것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소비 및 투자가 감소할 것입니다.

시장에서 수요과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최적가격으로부터 괴리가 커지는 만큼 사회후생도 감소할 것입니다.

따라서 소비세 인상 예고는 단기적인 시계에서만 경기를 진작시키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비세 인상 예고는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하고,

이에 실질 이자율이 감소하며 단기적으로 소비 및 투자가 증가합니다.

$$소비세 인상 예고  \rightarrow  \pi^e \uparrow  \rightarrow  r \downarrow  \rightarrow  C, I \uparrow$$

 

 

일본은 세수 확보 목적으로 소비세를 인상함에 따라 경제가 침체되었으나 증세 전 수요는 단기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일본은 '14년과 '19년 두 차례 소비세를 인상했습니다(5% → 8% 10%).

 

그러나 그 목적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의 목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GDP 대비 국가부채가 가장 많은 국가(237.1%, '15년)인데다 고령화로 사회복지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경기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세수 확보가 가능하며 모든 계층에 그 부담이 골고루 분산되는 소비세를 인상함으로써 사회보장제도의 재원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일본의 실질 GDP성장률 // 출처 : 블룸버그

 

그러나 소비세 인상은 일본 경제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14년 4월 인상 이후 일본 실질GDP성장률(전기비 연율)이 3.3%(14Q1)에서 -7.1%(14Q2), 0.4%(14Q3)으로 감소하였고,

'19년 10월 인상 이후에는 0.7%(19Q3)에서 -7.2%(19Q4), -2.2%(20Q1)로 감소하였습니다.

 

특히, 19년의 2차 인상 때는 '14년 1단계 인상(5% → 8%) 당시 경기 침체 폭이 컸던 탓에 '15년으로 계획했던 2단계 인상(8%  10%)을 '19년으로 미루고 경감세율 등 소비 평탄화 정책을 도입했으나,

GDP 성장률은 마찬가지로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실질 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경기가 침체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소비세 인상은 경기 부양을 위한 비전통적 재정정책으로 부적합한 것일까요?

 

-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일본 소비지표 // 출처 : 블룸버그

 

소비세 인상 시점 이전에는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앞서 논의한 메커니즘 대로 소비세 인상 전 수요가 앞당겨져 발생했습니다.

소비활동지수와 내구재 소비가 '14년 4월 1차 소비세 인상과 '19년 10월 2차 소비세 인상 시점 전 모두 증가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단기적으로는 수요 증진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일본 정부의 목적세수 확보에 있었으므로 경제 주체들이 항구적인 조세 부담을 예상함에 따라 수요 심리의 위축이 컸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단기적 경기 부양에 정책 시행의 목적이 있음을 공언하고 민간의 신뢰를 얻는다면 소비심리 위축이 보다 경감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추가로 징수할 세수 상당의 세금 감면 혹은 이전 지출을 병행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인상 전의 경기 진작 효과는 더욱 증가하고 인상 후의 침체 폭은 보다 감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ㅇ 한국은 소비세가 낮은 수준이고 비기축통화국이라는 점에서 동 정책은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소비세 인상을 예고함으로써 단기적인 소비를 진작시키는 정책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첫째, 한국은 비기축통화국이기에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무한정 마련할 수 없습니다.

전통적 재정정책에 한계가 존재합니다.

무리한 재정적자로 국가 채무가 급증하게 되면 국가신용도에 문제가 생겨 자금 유출환율과 금리가 급등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미국, 일본, EU와 같은 기축통화국은 막대한 양의 국채를 발행하여도 시장에서 이를 매입함에 따라 강력한 전통적 재정정책의 활용이 가능하죠.

한국에게 비전통적 재정정책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둘째, 한국은 소비세가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2020년 OECD가 발표한 37개국 중 호주, 일본과 함께 33위를 기록했습니다(10%).

영국은 20%, 독일은 19%, OECD 평균은 19.3%였습니다.

이처럼 낮은 한국의 소비세 수준에서 소비세 인상 여력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동 정책의 현실성을 지지하는 근거입니다.

 

 

한국의 소비세 수준 // 출처 : OECD

 

정리하자면, 한국은 비전통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이 높은 실정이며,

소비세 인상 예고 방안은 그 수단 중 하나로 사용하기에 효과성과 현실성 측면에서 타당성이 충분합니다. 물론 경기 진작을 위한 재정정책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요가 위축되지 않도록 타 세금 감면 내지 이전 지출 등을 통해 민간의 신뢰를 얻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경제 > 개인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르츠 개혁 -3-  (0) 2021.11.28
하르츠 개혁 -2-  (0) 2021.11.28
하르츠 개혁 -1-  (0) 2021.11.28